2025년 신년사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가슴 아픈 재해와 전란 소식이 들려왔고, 대내적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혼란한 정국이 펼쳐지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목도하고 대응해야 했습니다. 학교 안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세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여 함께 헤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움과 고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단히 기쁜 소식들이 전해졌고, 중요한 진전과 눈부신 성과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생인 한강 작가가 124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쾌거였으며, 윤동주 시인부터 이어져 온 자랑스러운 연세 인문학 전통의 힘과 한국 문화의 저력이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하게 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자긍심과 큰 기쁨을 선사해 준 한강 동문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연구, 교육 전반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우리 대학은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에서 아시아 사립대 1위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렇게 우리 대학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이자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교육 기관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혁신적 연구 협력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국가 첨단 전략 산업인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와 기초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대형 연구비를 성공적으로 확보하였으며,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대규모 국책 과제에 선정되어 글로벌 첨단 연구의 선도적 도약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제6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4)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을 위한 발걸음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와 함께 ‘지속가능캠퍼스 이니셔티브’ 공동선언을 공표함으로써, 우리 4개 대학이 지속 가능한 캠퍼스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 성취는 연세 공동체 우리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 일군 것이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과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올해는 우리 연세대학교가 140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우리 연세대학교는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하며, 학문의 발전을 이끌고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인재들과 민주화의 주역들을 길러내 왔습니다. 1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진리와 자유로 인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연세’라는 비전 속에서 더욱 분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초학제적 융합연구를 강화하여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미래 가치를 위한 융합연구의 중심에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국내 최초로 우리 대학 국제캠퍼스에 설치된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이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로도 만 년 이상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내는,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 체계의 첨단에서 인공지능, 의료·바이오, 에너지, 반도체, 정보통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융합적 연구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회이자 도전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학이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학과의 협업을 통해, 양자 컴퓨터 활용 시 발생 가능한 오류를 통제하고, 각 분야의 융합연구와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겠습니다.
둘째, 우리 대학의 재정을 더욱 튼튼하게 다지겠습니다. 대전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선도적 연구 및 교육 기관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우수 학자 유치와 인재 양성, 첨단 연구시설 확충, 핵심 분야와 교육을 위한 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무엇보다 발전 기금 모금에 전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미 기부 관련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 총장실 직속으로 모금전략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앞으로는 기부자들의 소중한 후원이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될 것입니다. 학교 공간의 명칭에 기부자 이름을 사용하는 ‘기명 예우’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에의 초청은 물론, 발전 기금이 투입되어 도출된 연구 성과와 교육 환경 개선을 기부자와 공유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기부자가 연세에 기여한 보람을 피부로 느끼고, 우리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며 실질적 발전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거버넌스 혁신에 박차를 가하여 연세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원, 직원, 학생 모두가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구축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가을, 학장·대학원장 포럼에서 다양한 의견교류와 협의를 통해 교무·학사 혁신안을 도출하였고, 이후 규정 개정 작업 등을 통해 개선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원들의 교내 거버넌스 참여 및 연구 지원 확대, 직원들을 위한 인재 개발팀을 신설하였고,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학생설계전공제 도입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거버넌스의 혁신을 꾀하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변화의 속도가 다소 더딘 것 아니냐는 비판도 겸허히, 감사히 받아들이고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넷째, 인류의 지속적인 건강한 삶을 위해 현재 어려움에 처한 의료를 정상화하고, 우리 의료원의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의학과 첨단 바이오의 융합 및 양자-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을 통한 정밀 의료와 신약 개발 등 혁신적 연구 성과를 창출하겠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건강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바이오·의료 기술의 사업화로 이어져 미래 병원의 수익모델의 원형을 제시할 것입니다.
다섯째, 미래캠퍼스의 지·산·학 협력이 튼튼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투자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래캠퍼스가 위치한 원주에는 보건의료와 관련한 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있고, 우리 미래캠퍼스 구성원들은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교육 및 연구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래캠퍼스가 지·산·학 협력의 중심이 되어 지역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 기업 및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혁신적 프로그램을 구축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이 모든 노력은 결국,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연세대학교의 사명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2025년 한해가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세의 학문과 교육이 인류를 향한 사랑과 공존에 이바지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그 길을 흔들림 없이 바르게 걸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여덟 살 무렵의 한강 작가는 “사랑”이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빛나는 실이 올해로 14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연세의 가슴으로 이어져, 그 온기가 연세를 넘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의 지혜가 되고, 사랑을 위한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걸어갈 그 길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5년 1월 2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 동 섭